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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부터 1층 교육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로 시끌벅적하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센터로 한국어를 배우러 와 친구가 된 이주민 여성들끼리 서로 반갑다며 아침인사를 하는 그야말로 다국적실이다.
아이 한 명씩을 안고 센터에 나온 날을 기다렸다는 듯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이 친구들은 우리들보다 더 바쁘게 산다.
주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농촌가정으로 집안일, 육아 등을 도맡으면서도 서툰 한국말을 하루라도 빨리 터득하기 위해 초중고급반으로 운영하는 한국어 강의를 듣기 위해 매주 센터에 방문해 공부를 한다. 또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합창과 난타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1주일에 한번 운영하는 운전면허반과 컴퓨터반에도 열심이다.
이뿐 아니라 노래자랑, 다문화 음식체험전, 체육대회, 문화체험행사 등 각종 행사 때에도 기꺼이 나와 전통의상을 입고서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가 어떤 인연이길래 이렇게 만나 친구가 되었을까?’ 참으로 가슴 뭉클해지는 시간들이다.
결혼이민 여성들이 늚에 따라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나름대로 높아지고 있던 차에 이 일을 하면서 그들의 삶 속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차 만난 멋진 태국여성이 인상 깊게 기억난다.
가난한 살림에 아이 셋을 낳았는데 유독 병치레가 잦았던 둘째 때문에 의료진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 몇 년간 고생했던 일, 정서적으로 더 문제가 생긴 큰아이 이야기, 그러다가 방문 선생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그로 인해 강해진 자신이 감사하다고. 그러면서도 멋진 활약을 꿈꾸며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스스로 뭔가를 찾아 자기계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감동스럽기만 했다.
그 모습에 반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 친구삼자며 나왔다.
여느 가정과 다름없이 열심히 살림을 꾸리며 살아가는데 말이 서툰 까닭에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서, 자칫 우리가 이들에게 서비스를 주고 그들은 일방적으로 받는다는 인식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현재 한국에는 180여국에서 온 130여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살고 있고 해남에서도 약 450여명의 결혼이민여성이 살고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이곳에 와서 ‘다문화란 무슨 뜻입니까?’하고 진지하게 질문을 받곤 한다.
다문화란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화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임을 매일 느낀다. 작은 겨자씨와 같은 역할들은 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낯선 타국에 와서 이들이 가족과 환경에 순조롭게 적응해 사회구성원으로써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우리의 몫인 것 같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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