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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도 늘 그 자리에서 상처 입은 영혼을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다. 해남읍 남외리 안애임(80)씨는 해남의 마지막 세습무이며 강신무이다.
산이면 금송리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안씨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 3월과 6월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위로 오빠 둘은 가출을 해버려 4살과 6살이던 두 동생을 데리고 열아홉 살에 시집을 와야 했다.
당시 시어머니는 알아주는 당골이었다. 시어머니는 안씨가 무속을 배우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굿은 배워서 하고, 점은 신내림이 있어야 한다는데, 특별히 선생님이 없었던 안씨는 시어머니의 굿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현대 사회로 올수록 귀신이 더 성해진다고 말하는 안씨는 노무현 전대통령 49재 때 구 도청 앞에서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행사에 이어 씻김굿을 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5·18민중항쟁 30주년이 되는 올해는 망월동에서 씻김굿도 예정되어 있다. 지금껏 오월 영령을 위한 씻김굿은 없었다고 한다.
씻김굿은 천도재라고도 하는데 천도재는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안씨는 옛 방식 그대로 굿을 주관하고 있는데, 굿을 요구하는 사람의 경제적 여건에 맞춰 많이 받기도 하고 적게 받기도 한다.
가장 큰 굿은 내림굿과 씻김굿인데, 큰 굿판을 벌이면, 12가지를 풀어내야 하기에 밤을 새워야만 끝이 난다. 악사로 남자 넷과 여자 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안씨는 동원되는 악기로는 피리, 장구, 젓대, 징에 이어 지금은 아쟁까지 곁들이고 있다. 세습무이면서 강신무이기 때문에 보통의 굿은 안씨 혼자 다닌다. 굿의 종류도 신 내림을 하는 내림굿,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씻김굿,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굿,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배영신굿, 물에 빠진 넋을 건져올리는 혼건지굿 등 다양하다.
안씨는 나이를 먹다보니 체력도 달리고, 기억도 흐려진다며, 가끔 창을 하다 잊어버리기도 한단다. 그러나 대충 넘어가는 법은 없다. 다시 생각날 때까지 기다려 창을 하는데, 그 이유는 정성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안씨는 주역 64괘를 이용해 사주도 보고 있다. 64괘는 모두 손 안에서 풀어낸다고 한다.
안씨가 모시고 있는 신은 일곱 신인데, 무당에게 찾아오는 신들은 조상이나 가족신들로 친정어머니와 동생들 시댁 조상들이다.
안씨는 친정어머니가 신으로 찾아와 신당에 모시려고 했는데, 남편의 반대로 못 모셔서 얼굴이 틀어져버리는 신병을 앓아야 했다. 그 후 작은 신당을 만들고 신을 모셨는데, 비로소 얼굴이 바로 돌아오게 되었다.
안씨는 무속인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를 죽어가는 아이를 살려냈을 때라고 했다.
병원에서도 살릴 수 없다고 포기한 아이를 지앙맞이를 하여 살려냈다고 한다. 지앙맞이란 지앙할머니에게 비는 행위인데, 지앙할머니란 흔히 아이를 점지해준다고 알고 있는 삼신할머니를 말한다.
현재 안씨의 제자로는 해남에 박모씨, 전주의 안모씨, 나주의 김모씨가 있으며, 보살 제자도 있다.
박태정 기자/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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