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니 마누라가 저녁상 준비 중이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식탁에 앉으려는데 갑자기 콧물과 재채기가 난다. 코를 풀고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는다.
“아이쿠야….”
갑자기 마누라의 비명에 놀라 돌아보니 마누라가 넘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는다.
“풋”하고 웃음이 나는 걸 참고 있는데 마누라가 심각하게 한마디 한다.
“아니, 이게 뭐야? 콧물이잖아. 에구, 더러워.”
“여보, 당신이 코풀더니 떨어진 콧물 밟고 넘어질 뻔 했잖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상황이 그런 건가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할 말을 잃고 있었더니 마누라가 기어코 내속을 긁는 한마디를 보탠다.
“아니, 칠칠치 못하게 콧물을 흘리고 다녀요!”
자못 쇳소리를 내면서 눈을 하얗게 흘긴다.
아니, 내가 뭐 일부러 흘린 것도 아니고, 갑자기 나오는 콧물재채기를 난들 어쩌란 말인가.
“아니, 여보!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 실수한 건데…. 당신, 차암, 너무 한다아~”
“내가 뭘 너무해요. 넘어졌으면 어쩔 뻔했느냐고요.”
다투는 것을 보던 딸이 말린다.
“엄마, 아빠, 그만하세요. 별것도 아닌 걸로 싸우고 그러셔요?”
“에구, 저 인간이 칠칠치 못해서 말야.”
“뭐? 인~간? 당신 나보고 저 인간이랬어?”
괜스레 화가 돋아서 나는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래요. 그럼 당신이 인간이지 짐승이요? 짐승이 콧물 흘리는 거 봤소?”
“엥?”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인간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는 영~ 개운치 않다. 그렇다고 인간이 아니라고 딱히 말할 수도 없었다. 내가 인간인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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