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야….”
갑자기 마누라의 비명에 놀라 돌아보니 마누라가 넘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는다.
“풋”하고 웃음이 나는 걸 참고 있는데 마누라가 심각하게 한마디 한다.
“아니, 이게 뭐야? 콧물이잖아. 에구, 더러워.”
“여보, 당신이 코풀더니 떨어진 콧물 밟고 넘어질 뻔 했잖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상황이 그런 건가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할 말을 잃고 있었더니 마누라가 기어코 내속을 긁는 한마디를 보탠다.
“아니, 칠칠치 못하게 콧물을 흘리고 다녀요!”
자못 쇳소리를 내면서 눈을 하얗게 흘긴다.
아니, 내가 뭐 일부러 흘린 것도 아니고, 갑자기 나오는 콧물재채기를 난들 어쩌란 말인가.
“아니, 여보!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 실수한 건데…. 당신, 차암, 너무 한다아~”
“내가 뭘 너무해요. 넘어졌으면 어쩔 뻔했느냐고요.”
다투는 것을 보던 딸이 말린다.
“엄마, 아빠, 그만하세요. 별것도 아닌 걸로 싸우고 그러셔요?”
“에구, 저 인간이 칠칠치 못해서 말야.”
“뭐? 인~간? 당신 나보고 저 인간이랬어?”
괜스레 화가 돋아서 나는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래요. 그럼 당신이 인간이지 짐승이요? 짐승이 콧물 흘리는 거 봤소?”
“엥?”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인간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는 영~ 개운치 않다. 그렇다고 인간이 아니라고 딱히 말할 수도 없었다. 내가 인간인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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