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회 체육대회가 있던 날, 어묵과 꽈리고추를 함께 볶은 반찬이 나왔다. 보기도 먹음직스러운데 맛을 보니 기가 막힌다. 다들 경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지라 어떻게 볶았는지 물어 볼 수도 없다.
에이 꼭 물어봐야 알 수 있나. 무엇이 들어갔는지 눈으로 보고 머리로 외운다.
체육대회가 끝나자마자 시장을 봤다. 어묵도 사고 꽈리고추도 샀다. 용기백배해 시장을 봤긴 봤는데 막상 부엌에서 요리를 하려하니 무엇을 먼저 해야할지 막막하다. 머리털 나고 처음 해보는 음식, 시어머니에게 물어봐도 그런 음식은 해본 적이 없단다.
모든 용기가 사라져 버린다. 큰 맘 먹고 시장도 봤는데. 에라 모르겠다 호텔 요리 내놓은 것도 아닌데.
어묵과 꽈리고추를 후라이펜에 넣고 간장 붇고 물엿 넣고 깨 넣고 그냥 볶는다. 맛을 보고 또 보고, 맛을 본다며 반찬 절반을 다 먹을 판이다. 싱겁다고 간장 넣고 또 넣고. 워매 어짤꺼나 이젠 짜서 도저히 못 먹겠다. 국물을 죄다 버리고 다시 물을 넣어 볶는다. 교회 체육대회에서 맛본 것은 분명 꼬실꼬실한 반찬이었는데 내가 만든 음식은 국이다. 어묵은 탱탱히 불어있고 꽈리고추도 물렁물렁하다. 신랑한테 큰소리도 쳤는데,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하도 속이 상해 방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신랑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 처음 먹어본단다. 과연 저 말이 사실일까. 방에서 나와 맛을 보는데 내가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맛을 모르겠다. 그런데도 신랑은 정말로 맛이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밥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하는 말, 다음에 또 만들어 달란다. 처음 만들어본 음식, 신랑이 맛이 있단다. 또 해달란다. 신이 난다. 당장 시장을 봤다. 이번에는 요리법을 자세히 물어서 했다. 꽈리 고추를 먼저 물에 살짝 데치고 반으로 잘라 다른 재료와 잘 섞어 볶았다. 첫 번째 보다는 한결 모양도 맛도 나아졌다. 남편은 또 맛이 있다며 또 해달란다. 그것도 몽땅 해 놓으란다.
40이 넘어 도전한 음식 만들기, 어찌어찌 했든 대 성공이다.
나는 미용업에 종사한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밤늦게 들어가다 보니 집안 살림은 시어머니가 도맡아했다. 시어머니가 해준 음식,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내놓은 음식인 줄 몰랐다.
이젠 시어머니가 연로해 내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에이 오뎅과 꽈리고추 볶음을 성공한 예가 있는데 다른 음식이야 못할라고.
며칠 전 교인 한분이 봄배추를 그냥 준다며 가져가란다. 그러면서 너는 음식을 못하니 2폭만 가져가 실험 삼아 담아보란다. 말도 안돼 2폭 가지고 누구 입에 풀칠하라고. 욕심을 내 10폭을 가져왔다. 미장원에 가져다 놓은 배추 10폭, 막상 가져다 놓으니 더럭 겁이 난다. 워매 저걸 어떻게 담는 다냐. 3일째 미장원 한 켠에 자리한 배추. 더 이상 나둬서는 안될 것 같아 손님에게 물어본다. 손님과 함께 배추를 소금에 절었다. 뒤집고 또 뒤집고, 시간이 지나 아는 언니가 미장원에 왔다. 절인 배추를 언제 씻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왜 배추를 씻어 그냥 담지 한다. 나 참 나보다 모르는 아줌마가 또 있다니. 결국 배추김치는 평소 알고 지내는 동생에게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누가 담든 이번에도 성공할 거야, 기대가 크다. 다음날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절임이 잘못돼 배추를 몽땅 버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음식을 해준 시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이 새삼 새록새록 생긴다.
해남우리신문
wonmok7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