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뜬금없이 찾아온 지인이 잘 보는 점집을 물어 왔다. 그러나 나는 평소에 점이나 굿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알 수가 없었다. 서너 곳에 전화하는 품을 팔았더니 다행히 예정된 굿판이 있어 길잡이 겸 따라 나서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그날은 이런저런 이상야릇한 대화를 한 후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명절 준비와 또 여러 가지 일상의 일로 그 일은 깜박 잊고 지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밤 “우리 내일 큰 굿혀” 란 연락을 받았다.
유년에 본적이 있는 굿판. 그리고 가끔 매스컴에서 맛보기처럼 굿판을 접할 때마다 몹시도 궁금하고 재미날 것 같았던, 동경까지 가졌던 그런 큰굿을 한단다.
그래서 광주에서 학원 다니는 딸 아이에게 부탁을 해 오게 하였다 그리고 이른 아침을 먹고 지인들과 합류한 후 영암 월출산 아래 굿당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굿판은 오후 5시경에 끝이 났다.
판을 벌이다 잠시 쉬는 참에 애기 보살이 어젯밤에 자동차 열쇠를 잃어 버려서 일찍 끝내야 바닷가로 키를 찾으러 갈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구경하던 망자의 신랑 친구 한 사람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참 뭔 그런 걱정을 하고 그라요? 보살님은 별걱정을 다하요잉? 바로 찾아 불면 되겠구마는 흐흐흐.” 구경하던 20여명의 사람들과 굿판을 벌이는 4명의 법사와 보살들은 무슨 좋은 방법이 있느냐며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망자의 신랑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따, 콩점을 쳐불면 되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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