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면 과장된 말이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할런지 모르지만, 제 어린 시절 어머님은 진지를 드시지 않고 사시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따라서 여자들은 다들 밥을 먹지 않고 사는 것으로 알았지요.
위로 두 분인 누나들은 저 어릴 적에 기억도 없이 출가해 버리고, 우리 집 일곱 식구에 여자라고는 어머님 한 분만 계셨는데, 정신없이 바쁜 농촌 생활에서 부엌일에 쫓기시어 끼니때가 되면 방에 밥상만 차려 들여 놓으시고, 밥상머리, 그 자리에 어머님은 안계셨습니다. 어머님이 진지 드시는 걸 그 어린 나이에 한 번도 보지 못했죠.
제가 알고 있는 어머님들의 생활은 10대의 철없는 어린 나이에 낯설고, 물설고, 산설은 시집에 와서 고초당초 매운 시집살이에 모진 학대 받아 가시며, 남자들과 똑 같이 들일, 다~하시고, 밥짓고, 반찬 만들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은 따로 여자의 몫이었으니, 그 때 그 시절의 그 모진 어머님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요즘 전업주부님들은 자녀교육, 가정노동, 이웃의 아파트값 올라가서 신경 쓰이고, 경제 문제로 두루두루 마음 고생이 많겠지만, 그래도 문화가 발달하여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세탁기, 청소기 등을 사용하여 문화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님들은 얼음 깨고 빨래하고, 찬물에 쌀 일어 아궁이에 불 지펴서 밥 짓고, 두레박으로 옹기동이에 물 담아 머리에 이고 물 길어야 했지요. 깔따구 뜯겨가며 들로, 산 으로, 갯벌로, 잠 주무실 겨를 없이 일 하시면서 밥상머리에 편히 앉아 밥 한 숟가락 드실 겨를도 없었지요.
요즘 세상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속된 말로 오줌 싸고 내려다 볼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바쁜 여름 농번기를 거쳐 가을걷이 다 하고, 겨울이 되면 농한기가 아닌 바쁜 길쌈의 계절이 우리 어머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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