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수퍼바이저 선생님께
‘사랑하는’이라고 해서 어떤 표정이실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엄격하고 위엄이 넘치지만 기쁘게 웃으면서 제 마음을 받아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에게 가족치료전문가로서 훈련받은 지 벌써 4년째입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큰 산으로 있어주셔서 정말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언제든 제가 달려 들어가 쉬고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발견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저의 큰 산이십니다.
저의 몸과 마음이 아주 지독한 여름을 지나왔습니다. 몸은 피곤한데도 머릿속에 생각들이 날개를 달고 한 없이 날아오르면 잠을 이룰 수 없어서 가끔 촛불을 켜고, 생각들을 노트에 옮깁니다. 그때 보내지 않는 편지도 많이 씁니다. 선생님도 편지이야기를 나누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의 한 분이십니다.
올해 가장 많은 생각의 주제는 ‘사랑’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책을 주시면서 “사랑과 지혜를 나누는 상담자가 되세요” 라고 써주신 것이 화두였습니다. 상담이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렸고 ‘내가 어떻게 이 사람과 사랑을 나누어야 하지?’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법처럼 제가 내담자에게 더 가까이 공감하며 다가가고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함께 살아있고 살아가는 존재들로서 내담자들과 제가 연민으로 연결되려고 노력할수록 저도 내담자도 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시도하고 깨닫고 알게 된 것을 나누려고 했습니다.
상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먼저 제 자신을 분석하고 변화를 위한 시도를 남편과 아이들에게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아주 힘겨운 세월을 울고 웃고 갈등하며 싸우고 연민으로 보듬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그 모든 일들이 아프고도 사랑스러우며 소중합니다. 이제까지의 경험들이 앞으로의 삶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실천과 그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엄청난 힘과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세월이 저를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저는 대지의 여신을 꿈꿉니다. 쓰러진 것들을 안고 품고 썩히고 싹 틔우고 자라게 돕는 대지의 여신이 저의 꿈입니다. 사랑이지요.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고 자유로워집니다.
저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지만 천천히 조금씩 배우고 깨달아가면서 넓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한 발짝도 거저 건너뛰는 법 없이 제대로 걸어가야 하고 한 마리 자벌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온몸으로 낮고 느리게 가야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런 삶이 저를 가르치고 성장시켜온 것도 압니다.
저에게도 누군가가 대지의 여신이 돼주기를 바랍니다. 그 누군가를 계속 찾고 기다렸습니다.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완벽한 대지의 여신이 될 수 없듯이 누군가도 그럴 수 없고, 다만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동안 서로에게 대지의 여신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선생님도 저의 대지의 여신 중 한 사람이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삶 내내 대지의 여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다음 주부터 다시 수련이 시작되는 것이 기대가 됩니다. 힘내서 가겠습니다. 그동안 안녕히 계세요.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