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되는 음주 활동에 얼마나 노고가 크시요만 아무리 강철 같은 간(肝)님을 모시고 산다 해도 자기도 인자  나이가 있는디, 하루라도 쪼까 쉬었다 마시는 거이 으짜겄쏘?”
퇴근 후 눈치 보며 외출하는 내게 도끼눈을 치켜뜨며 우리 마나님이 비교적 젊잖게 한 자락 찌크러분 말씀입니다. 백 번 천 번 골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라 속이 뜨끔하긴 했으나 그래도 어쩔 것입니까? 사회적 동물과 개체로서 다만 그 역할에 충실한 것이 죄라면 죄지 그 무엇을 탓하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요. 마님?
괜스레 말 잘못 꺼냈다 되로 주고 말(斗)로 받을 것 같아 무서워서 소리 내진 못했지만 속으로만 말했습니다.
예말이요 마님, 당신이 술을 아시오? 마시면 없어질 한낱 음식일 뿐이고 용도폐기 이후면 냄새나는 배설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한 잔술에 우정이 익고, 두 잔술에 사랑을 담으며, 석 잔술에 인생의 참맛을 우려내고, 넉 잔술에 한 개인의 출세와 영화와 부귀공명을 가늠하며, 다섯 잔에 한 나라의 흥망과 영고성쇠를 논하고, 여섯 잔에 쌓았다 헐리고 헐렸다가 또다시 쌓아지는 만리장성의 장중함을 가슴으로 깨친다는 것을.날씨 좋아 개운하게 한 잔, 날 궂어 칙칙함아 물러가라 두 잔, 꽃 피었으니 화사하게 한 잔, 꽃이 지니 섭섭해서 두 잔, 맘 울적하니 기운내자 한 잔, 기분 좋은날 호탕하게 두 잔, 까닭 있어 한 잔, 까닭 없어 두 잔 한다는 것을.주객은 주유별장이라 술 마시는 자들에게는 밥 먹는 위와 술 마시는 위가 따로 있다하고, 잘난 인간이건 못난 인간이건 술만큼 정직한 것이 별로 없더라는 말씀인데, 투자한 만큼 솔직하게 다 드러내니 이 또한 으뜸가는 참이요, 일단 구입한 것은 확실히 소모시켜서 과소비, 낭비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도 술이니만큼 이 또한 으뜸가는 실이라.
고로, 마시되 넘치지 않고 취하되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한 잔술에 인생의 시름과 고뇌를 묻고, 두 잔술에 인류 평화와 우리 모두의 행복을 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마님이 어이 알리까?
또한, 누구나 손쉽게 참여하여 힘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는 첨병 역할도 바로 술이요, 우리 마나님 날이면 날마다 콩이야 팥이야 자꾸자꾸 잔소리 해대도 그래도 대장부 깊은 곳에 자리한 말 못할 속마음 알아주는 것 또한 술이며, 어제 마신 님 또 오셨냐고 기억해주는 기특한 놈도 술이란 놈이요, 썩고 골아진 속 이해하고 다음날 또 헤아려주는 놈도 다름 아닌 술이란 놈 아니겠습니까?
자고로 술이 삼배면 사나이 대도(大道)로 통하고 말술(斗酒)이면 자연과 한 몸이라 술 없이 이 세상 낭만이 그 어디 있을 것이며, 술 못하는 자가 감히 어찌 인생의 멋과 낭만을 논할 것이요.
그래도 우리 마나님 쬐까 미안시럽소. 당신이 쪼까 이해 해줘불면 으짜겄소?
남편 건강 생각한 이쁜 잔소리란 걸 내 어찌 모르리오. 세상에 오직 한사람 우리 마나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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