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가집에서의 일이다. ‘어라, 맏사위가 보이지 않는다.’ 맏사위는 당연히 상주역할인데 맏사위가 보이지 않아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상주라고 꼭 자리에 붙어 있으란 법은 없으니 잠깐 외출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몇 해 전 일면식이 있는지라 인사라도 나누고 싶어서 “맏사위는 (어디 갔나?)”하고 물으려는데 갑자기 마누라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영문을 몰라 눈만 멀뚱거리고 마누라를 쳐다보니 모른 척 하라는 눈짓이다.
부조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맥주는 마셔줘야 하는데 몇 잔 마시고 입맛만 다시다 마누라 성화에 구시렁거리며 끌려나오다시피 장례식장을 나왔다.
남자의 눈썰미와 여자의 눈썰미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들어올 때 게시판에서 난 상주 이름만 보고 몇 호 분향실이라는 것만 확인했는데 마누라는 어느새 맏사위 이름이 없다는 것까지 보았던 것이다. 똑 같이 두 개의 눈이 있는데 어찌 이렇게 보는 관점이 다른지 갑자기 집사람이 존경스러워졌다.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보았더니 대한민국 이혼율 47.7%로 세계 3위란다. 이제 이혼에 대한 생각이 무뎌져 그렇게 흠이 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우리 나이에는 많이 낯선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혼을 하더라도 친정 부모님 돌아가신 다음에 해야지….” 집에 오는 차안에서 마누라의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제기랄 이혼 안 당하려면 오늘 당장 장인 장모님 보약지어 보내드려야겠다. 오래오래 살아계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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