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언니가 퇴원기념으로 밥 한끼 묵자고 안하요. 참 인제 절대로 해남종합병원 오지 말라고 퇴원하기 전날 병원내에서 위안 공연도 크게 해주고 또 영덕언니가 절대 아프지 말라고 점심도 사주고 근닥하니 얼마나 반갑고 행복한가요이.

영덕언니로 말하자면 나보다 나이는 두어서너 남짓 더 자셨고 생긴 걸로 치자면 늘 나한테 친언니냐 아니면 둘이 쌍둥이냐고 해서 날 골치 아프게 하는디,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는가 서울이면 서울 해남이면 해남 그렇게 정답게 살어가고 있어요.

지난 사월 말에 허릿병이 도져 발가락 하나 꼼짝 못하고 119에 실려갈 때 남편도 없고 눈물은 나고 누구 얼른 떠올리자니 그래도 그이밖에 없더란 말입니다. 전화 받자마자 이른 아침에 달려와 준 그녀가 그렇게 눈물나게 고맙습디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한 석달 조심조심 살다보니 또 급성 기관지염이 걸려 일주일을 또 병원서 살고, 그때 또 영덕언니가 달려와 점심도 사주고 챙기고 갔네요.
그러길 얼마 돼지도 않아 또 2주만에 신장염으로 병원신세를 20일이나 졌네요. 영덕언니가 와서 으째 그라고 맨날 아퍼쌋냐. 아프지 말고 싸목싸목 살다가 가자. 다정한 말 한마디에 그냥 넘어갑니다.

새김치도 담궜다고 멸치볶고 파김치 싸고 해서 또 병원에다 들쳐주고 갑니다. 이럴 때 이웃사촌도 멀고 동서도 멀고 동기간도 멉니다. 내가 마음이 아파서 죽고 싶을 때도 몸이 아파 죽고 싶을 때도 행여나 다른 맘 먹을까봐 조심스레 다녀오며 내 마음을 잡아줍니다. 맨날 나한테 이렇게 잘해준 것은 아니지만 아플 때 딜다보고 다독여 준 것이 고맙고 흐뭇해 내 다음에 절대로 그녀에게 빚쟁이 노릇은 안 할랍니다. 그녀도 아프면 안 되니까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겠지만 주위에 걱정해주는 친구 이웃이 있어 좋습니다. 내가 살아가는데 의미의 자양분이 분명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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