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방에 앉아서 건너편 산을 보니, 어제 내린 비가 폭포가 되어서 바위사이를 흘러내린다.
그리 높아보이진 않아도 한 번도 올라가보지 못한 건너편 산이다. 비가 온 뒤라서인지 하늘이 맑고 공기는 축축하다. 들길을 걸어보면 파릇하게 피어있는 잡초들과 여기저기 피어있는 들꽃사이로 하늘거리며 나비가 날아다닌다.
숨어있는 것들은 내 눈에 안보이지만 어디 땅속에는 가만 가만히 색다른 풀들이 돋아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돌돌돌 흘러내리는 냇물소리도 정겹다. 굽은 나뭇가지를 잘라와 냇물에다가 물레방아를 놓아본다. 냇물 사이에 걸쳐서 놓은 물레방아가 살살 돌아간다. 멈칫거리는 나뭇가지 물레방아를 손으로 애써서 돌려준다. 다시 돈다.
배낭을 메고 오르는 산길이 가파르다. 산새들이 소리 내서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고, 등에 멘 배낭의 무게가 힘들게 느껴질 때면, 흐르는 땀을 쓰윽 닦으면서 휘휘 두리번거리다가 올라야 할 산꼭대기를 가늠해본다.
아직도 두 시간 정도는 더 가야할 것 같다.
바짓단에 묻은 흙먼지를 훌훌 털다가 배낭을 끌러본다. 막걸리가 웃는다. 일행에게 의향을 물었다. 벌써 마시면 힘들어서 못 올라 갈 거라며 정상에 올라서 마시잔다. 그럴 것 같아 오이를 씹으며 산길을 오른다.
누구는 애써 올라온 산을 다시 내려갈 거면서 왜 산을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도심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살다보면, 늘 산이 그립고 바다가 그립고 푸른 들판이 그립다.
지저귀는 새들, 피어난 풀과 나무, 보이는 모든 것들을 감상하면서 산을 오른다. 그저 정상에 오르는 것만 집착 하다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잖은가? 이마에서 부터 허리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고단함을 배출한다.
산을 정복하러 오르는 것이 아니고, 산에 업히기 위해서 산을 오른다는 어느 분의 말이 가슴에 닿는다.
그래, 맞아! 오만방자하게 산을 정복합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되지. 그저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산에 업히러 가는 거라는 말이 합당 할게야.
이런 저런 상념과 일행들과의 대화 속에서 어느덧 산 정상에 올랐다. 드디어 산에 업혔다.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가져온 점심들을 먹느라고 시끌벅적하다. 적당한 자리를 펴고 둘러앉아서 막걸리부터 한잔 주욱 들이킨다. 캬아~ 바로 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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