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엄마. 동생 2명까지 총 5명이다. 아빠는 3년 전에 돌아가셨다.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한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희망도 행복도 흘러내려가 버릴 줄 알았다. 처음 몇 달 간은 우리 가족 모두가 절망과 슬픔에 빠져 있어서 정말 힘들었다. 아빠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정말 더욱 더 절실하게 느꼈다.
나를 예뻐해 주시고,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사랑과 미소를 잃지 않고, 화도 잘 내지 않으셨던 분이다. 그렇기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정말 애틋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가 안계시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빠의 역할도 함께 하신다. 힘든 바깥일 후에 집안일까지 하시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이지만 아직까지“힘들지?”라는 말 한마디 해보지 못했다. “사랑한다”고 글로 써서 보여주긴 했지만 말로 해보지는 못했다.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 아마 내 성격이 내색도 하지 않고, 내성적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엄마도 애정 표현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실아오신 무뚝뚝한 분이다. 그러니 당연히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엄마이고 딸이기 때문에 말 안 해도 마음이 어떤지는 알 수 있다. 그런데 표현을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느낄 때가 있다. 의견 충돌이 생길 때도 많기 때문에…. 그래서 앞으로는 힘드신 엄마를 위해서 애정섞인 말투로 “힘들지?”라는 말을 해보도록 해야겠다. 그 말 한 마디가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 할머니는 80이 넘으셨다. 여기저기 편찮으셔서 하루하루 정말 힘들어 하신다. 그래도 나와 동생들을 보시면 환하게 웃으시며 즐거워하신다. 어렸을 때부터 쭉 함께 살아서인지 할머니께서는 우리를 정말 예뻐하신다. 그런데 요즘은 할머니께서 내가 많이 변했다는 말씀을 하신다.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나 보다. 앞으로는 그런 느낌 받지 않게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나의 동생들. 동생들에게는 내가 밉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항상 무뚝뚝하게 대하고, 칭찬보다는 혼을 많이 낸다. 더러 내가 동생들을 혼내고 때리는 것을 보면 할머니가 왜 그러냐고 야단치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잘못을 무조건 감싸주는 건 좋지 않다. 물론 할머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음이 아파도 엄하게 대해야 한다는 걸 엄마도 알고 계신다. 내가 동생들에게 혼을 낼 때면 항상 언니 누나 말을 들으라고 말씀하신다. 그것은 엄마도 동생들이 바른 길로 커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내가 가르쳐 주어야 하는데, 사실 내 공부도 해야 하고 솔직히 힘들고 귀찮기도 하다. 공부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할 때는 미안할 때도 있다. 앞으로는 동생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자상하고 좋은 누나 언니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할머니와 엄마께도 역시 자랑스런 딸, 손녀딸이 되도록 할 것이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아빠, 더 이상은 아빠 때문에 슬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빠도 힘들어 하는 우리 가족을 보시면 슬플 테니까…. 이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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