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웅웅 우는 산처럼 거대한 돼지 앞에 오금이 저린다. 돼지가 내 오금저린 걸 알 리 없을 것이라 용기를 내어 삽자루로 일단 탁! 한 번 때리고는 암퇘지와 부킹시키니 생각도 못했던 돌발사고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무서워 덜덜 떨다, 신랑한테 욕하다 어쩌다, 질금거리며 웃다보니, 엉덩이와 엉덩이를 맞대어야 할 것인데, 자꾸만 거꾸로 머리 쪽으로 올라타는 돼지에게 “야! 급헐수록 돌아가야제.” “우리 사람들은 되지만 느그들은 69가 안 되는 거여.”하고 돌아서니, 금새 또 거꾸로 덤벼든다. 암퇘지가 깔려 죽게 생겼을 찰라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야아, 멍청아 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녀!”라고 돼지를 원위치로 밀고 있는데 때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어이, 난디 자알 한가?” 신랑이다. “잘 못하그만 어째서 자꾸 머리로 올라가네. 자기가 와서 해 나 못하겄어.” 말을 해놓고 생각하니 누구보고 무얼 하라는 것인지 어처구니 없어 하하하 웃다가 밖을 보니 여전히 실비는 내리고 창틈으로 빼꼼이 보이는 홍매화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홍매화 유감// 하필 / 거기서 / 이렇게 칙칙한 날 / 뭘 보았길래 / 저리도 붉은 웃음 웃는지 / 곧 폭죽처럼 터질 4월에나 웃지/ 우리 돼지 똥꼬에도 홍매화 피었다 뭐”
한 시대가 영웅을 낳고 상황이 그 사람을 만든다더니 상상도 못했던 현실 앞에 그야말로 ‘전일축산’ 일꾼으로 우뚝 서있는 나를 보았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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