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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잔뜩 호기심을 머금고 톡 터지려는 꽃봉오리 같은 너희들을 보면 “오늘은 요녀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또 무슨 엉뚱한 행동을 터트릴까”하며 잔뜩 기대를 해본다.
엄마는 너희들을 보면 사실 좀 푼수엄마가 된단다. 올망졸망 조그만 녀석들 속에 숨어있다 일상에서 터트려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보면 늘 감탄사가 절로 연발을 넘어 남발이 된단다. 그래서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마주이야기로 다 엮어 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정작 그리되지는 않는구나.
우리 딸 너는 알고 있니? 사실 처음 고백하지만 너는 늘 가볍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엄마의 삶을 다시금 통찰해 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단다.
다섯 살 먹은 동생의 누나가 된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생인 너는 아등바등 엄마의 지친 모습까지도 다 껴안고 받아주는 속 깊은 딸이지.
엄마는 말이다. 너희와 부모 자식의 연으로 만났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 한단다. 아직은 많은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동생 때문에 늘 뒷전으로 밀리다 시피 하는 우리 딸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꿋꿋이 너의 삶에 충실한 모습을 보면 엄마는 마냥 감사하단다.
간혹 둘만의 오롯한 시간에 행복해 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온전히 너만 바라보며 함께 해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 엄마는 너희들에게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는 예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단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시침 분침이 마라톤을 하는 경쟁사회지만 너희들이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너희가 좋아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선택을 스스로 하는 아이들로 자라나기를 바란단다. 그러기 위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고, 많이 느끼게 해주고 싶고, 표현하게 해주고 싶단다. 선택의 폭을 넓혀 직접이든 간접이든 경험해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말이지. 다양한 추억들은 너희들이 이 세상을 손잡고 살아가는데 두고두고 좋은 양분이 될 것이란 걸 엄마는 믿는단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은 고군분투하며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스스로 “오호라, 세상 요 녀석 재밌게 한번 잘살아 보자”고 했으면 한단다.
세상을 즐길 줄 알고 스스로 만족하여 행복해 하는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얼굴이며 손톱 새에 땟국물이 흐르면서도 미소만큼은 환한 해바라기였으면 좋겠다.
개펄에 스스럼없이 큰대자로 누워도 보고 뒹굴며 자연과 하나 되는 아이들.
비가 오면 연잎을 우산삼아 친구와 함께 뛰어보며 똑똑 비 장단에 맞춰 “하하하” 웃어 보이는 아이들. 즐거운 가락에 어깨춤을 덩실 추며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자연과도 같은 아이들 말이다.
어설픈 지식 몇 가락을 가지고도 자연과 환경파괴에 가슴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환경 살리기에 앞장서겠노라는 비장함이 그 작은 주먹에서도 불끈 느껴지는 내 아이였으면 좋겠단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의 소중한 꿈과 모습을 고스란히 다 사랑하며 껴안을 수 있는 엄마가 되길 늘 바란단다.
오늘도 늦은 산책길. 봄햇살 속에 동백꽃잎 꿀 먹는 법을 나이 마흔 하나인 엄마에게 알려주고 동생에게 먹여주면서 함께 금강골 산책길에서 엄마와 두 아이는 그 달콤함의 행복을 또 알았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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