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있는 고등학교에 산학 겸임교사로 나가게 돼 매주 목요일이면 그곳에서 수업을 한다. 3교시 때다. 문득 무수히 많은 연필들이 교탁에 있어 그중 하나를 들고 옛 생각에 빠져든다.
마산서국민학교 다닐 적에 연필 한 자루는 큰 사랑도 함축돼 있었다. 그때는 연필이 귀한시절이라 몽당연필 위에다 볼펜대를 끼워서 마지막 까지 쓰기도 하고, 연필이 없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사주시기도 했다. 박봉에 제자에 대한 큰 사랑이었을 것이다.
소풍가면서 보물찾기하면 하나씩 상품으로 준다. 얼마나 좋았는지 자랑도 하고 가슴도 두근두근 하기도 해 품에 꼭~옥 끌어안고 집에까지 온다. 그때 그 시절은 가난하고 풍족하지도 않았지만 소박한 꿈을 꾸며 웃음과 만족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난다. 내 옆에 앉아 몽당연필로 침을 묻혀가며 바둑판 공책에 삐틀삐틀 글씨를 쓰던 짝꿍, 그 애는 지금 무얼 할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을까. 아마도 그 시절을 못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나처럼 연필 한 자루 들여다보며 그 때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을까?
연필깎이도 있지만 칼을 가지고 예쁘게 깎아본다. 학생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기계로 깎지 힘들게 저러시나. 그러나 너희들이 내 맘 알겠냐? 그 어린 시절 그리움을 가득 담고 있는 연필을.
예쁘게 깎아 내가 좋아 하는 친구에 선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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