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께서 저의 곁을 떠나신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무심한 세월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지만 때론 무섭게, 때론 다정하게 저희를 보살펴주시던 원장님의 손길과 숨결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 해남에 의료시설이 없었던 시절, 해남에 사는 주민들은 수술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고, 수혈을 하려고 해도 피가 없어 우슬재를 넘지 못하고 아까운 생명을 잃어야 했습니다.
원장님, 원장님은 그것을 보시며 우슬재 밑에 꼭 종합병원을 설립하시겠다고 다짐 하셨지요. 뒤늦게 원장님의 말씀을 가슴에 다시 되새겨봅니다.
“20년 후에는 공기 좋고 물 좋은 벚꽃이 만발한 이곳 해남에서 힘들고 지친 환우 분들과 함께 해야지”하시면서“우리 열심히 해서, 도시에서 내려와 휴양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보자”말씀하셨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신지 10년이라니요.
원장님의 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깃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원장님을 더욱 그립게 합니다.
우리 병원 이곳저곳에서는 원장님께서 뿌려 놓으신 씨앗 하나하나가 이제 열매를 맺어 병원 입구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3월에는 매화향기, 4월엔 목련꽃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새들도 합창으로 하모니를 이루니, 이곳에 사시는 분들이 사진도 찍고 가족들 간의 나들이 공간이 되는 해남의 공원이 되었습니다.
어린 간호사들이 야간 근무를 하고 있을 때면 원장님께서는 직접 병동을 다니시며“수고가 많네”하시며 등을 토닥거려 주시던 인자하고 자애로우신 분이셨습니다.
엊그제 병원 건물 안에 있는 대나무 숲을 지나면서 문득 원장님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잊을 수 없는 당신의 가르침이 생각난 까닭입니다.
어느 날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던 저를 원장님께서 부르셨지요.“간호과장, 간호과장은 대나무를 좋아하나”긴장된 마음으로“네”라고 대답하자 왜 좋아하느냐고 다시 물으셨습니다. 제가“곧으니까요”라고 대답하자 그래 맞는 말이야 하시더니 대나무의 가지를 위아래로 흔드시면서“그런데 말이야 한번 부러진 대나무는 본래 상태로 붙이기 어렵지만 휘어진 대나무는 다시 이렇게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가잖아”하시면서 대나무 가지를 놓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라며 삶의 지혜를 알려주신 짧은 가르침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저의 삶의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한 달여 전에 병원 29주년 행사를 하였습니다. 우리 직원 모두는 살아생전 간직하셨던 원장님의 뜻에 따라 해남종합병원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우리 해남의 주민들을 내 몸처럼 아끼셨던 우리 원장님. 이제 원장님의 뜻에 따라 공기 좋고 물 좋고, 벚꽃이 만발한 산책로가 있는 우리 병원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찾아와 쉬어가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원장님 하늘에서 보살펴 주시고 이끌어 주십시오. 우리는 결코 원장님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원장님께서 남기고간 뜻과 업적 하나하나를 추스르고 다져서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우리들 가슴속 깊은 따뜻한 마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으로 원장님을 영원히 기리겠습니다. 원장님 영원한 평안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