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 때의 일이다. 아이는 일체의 학원도 거부한 채 집 근처의 편한 독서실도 마다한 채 일요일이면 가끔씩 가곤하던 모 대학의 도서관으로 향한다. 드넓은 캠퍼스와 산세가 수려해서 병풍처럼 둘러싸인 그곳의 정경. 무엇보다도 학내 식당의 음식 맛이 정갈하고 학생들의 지갑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기도 어느 땐 좋은 좌석을 얻기 위해서 아주 이른 아침 발걸음을 향하기도하고 학생도서관인데 일부는 일반인을 위한 공간이기도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자리에 들어 나를 부른다. 엄마 우리 노래하자. 열두시가 가까워지는 그 시각에“무슨 노래?”“응 내가 불러 볼게”“그래”
‘노래는 즐겁구나 산 넘어 길 나무들이 울창한 이산에 가고 갈수록 산새들이 즐거이 노래해 햇빛은 나뭇잎 새로 반짝이며 우리들의 노래는 즐겁다’
아이와 난 즐겁게 그렇게 흥얼거렸다. 아인 어느 새 화음까지 맞춘다. 한참을 나지막이 부르고 난 다음 아이가 내게 말했다.“엄마”“응”“나 오늘 학교도서관에서 점심을 먹고 음대쪽 숲이 보이는 곳에서 산책을 하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그래서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한 참을 서있었어 음악실에서 남여학생들이 화음을 맞춘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순간 눈물이 나는 거 있지! 너무도 아름다운 화음에도, 그들의 낭만적인 대학생활에도, 그리고 이렇게 추운날 도서관에 앉아 공부만 할 수밖에 없는 내 처지에도 그래서 다짐했어. 엄마 나 꼭 열심히 해서 꼭 이 학교에와서 그들처럼 이렇게 노래 할거라고…”
우린 한참을 싸한 가슴 한켠을 맞대고 그 간절한 맘들을 나누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등을 다독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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