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초콜릿마을, 인위적 특화거리 성공할까
전국 대부분의 특화거리가 성공보단 실패 경우가 더 많다. 지역의 전통과 문화, 운영 주체들이 준비된 곳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특화거리다.
해남군은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60억원 규모의 ‘땅끝 초콜릿 마을’ 조성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장소는 농협군지부 인근 거리다. 이 프로젝트는 초콜릿을 테마로 한 다양한 콘셉트를 개발해 지역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초콜릿이라는 소재가 주는 신선함도 있지만 너무도 인위적인 테마거리 조성이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의미이다. 초콜릿 테마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농협군지부 인근 상권은 해남군이 한때 녹색디자인 거리를 조성하겠다며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곳이다. 녹색디자인사업도 중심상권의 재생이었지만 조형물 설치와 도로 개선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기획취재를 통해 알아본 성공 특화거리는 과거부터 이어온 전통과 개개인의 노력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성한 거리다.
지역특색‧전통 살려야 성공
수원 통닭거리와 부산 어묵특화거리의 성공사례에는 지역 특색과 전통을 살린 마케팅이 성공요소였다. 특히 부산 깡통시장의 어묵특화거리는 전통적으로 자리한 특화거리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매체와 협업해 지역 특산물의 매력을 알렸고, 이를 유지하고 현대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성장한 경우다.
수원 통닭거리는 상인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노력으로 성장했다. 지역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협력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상인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차별화시켰다. 특별히 다를 것 없는 통닭이지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가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 수입 1번지인 부산 영도 커피특화거리는 낡은 창고를 리모델링해 감성적인 카페 공간으로 변모시켰을 뿐만 아니라 낡은 선착장을 정비하면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냈다. 이미 유명한 상점이 안착한 특화거리는 지역민들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사람들이 찾으면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특화거리 성공보단 실패 높아
각 지자체마다 공간과 개성을 살린 특화거리를 조성하고 있지만 특화거리는 성공사례보다 실패하거나 특화거리 조성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화거리 조성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은 지속성이다. 초기 막대한 예산을 내세워 이슈 몰이는 가능하다. 전국 300여 개가 넘는 특화거리가 모두 그러했고 반짝 유행에 이끌려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지원이 끊기거나 행정이 손을 놓는 순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서울과 제주 등 여러 특화거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초기 반짝 투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 더불어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데 빠르게 소비되는 유행과 온라인 상품으로 지속성을 유지하기란 무척 힘들다. 더욱이 지역의 문화적, 전통적 요소를 배제한 특화거리는 더욱 생명이 짧다.
따라서 해남 초콜릿 마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콜릿의 문화적 요소와 지역 특색을 반영해야 하는데 전국에서 고구마와 배추 등 농작물로 유명한 대표적인 농군인 해남이라는 지역색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운영주체 모호하면 실패
제주 서문가구거리의 실패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운영 주체의 모호함과 장기적인 계획 부족은 특화거리를 쇠락하게 만든다.
운영 주체를 명확히 하고,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요소를 갖춘다고 해도 인위적인 특화거리는 결국 자생력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크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거리라고 해도 변수는 많다. 제주 흑돼지 거리의 경우, 일부 음식점의 비계 삼겹살 논란이 전체 특화거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며 관광객 감소로 이어졌다.
해남 초콜릿 마을은 기존 해남의 특성과 문화와 전혀 다른 인위적인 소재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이 필요한데, 이를 이끌고 나갈 역량이 과연 지역 내에 갖춰져 있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해남 초콜릿 마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마케팅과 홍보, 지역 상인들과의 협력, 관광객 요구를 반영한 콘텐츠 제공, 인프라 조성과 사후 관리, 문화적 요소와 지역 특색 반영, 체계적인 운영과 관리주체가 필수이다. 동시에, 인위적인 특화거리 조성의 한계, 형평성, 경제적 지원 부족 등의 부작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특화마을이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실패한 특화거리를 원상복구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유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