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끓인 찹쌀조청만
장·김치·반찬 아들식당에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하는데 이번 호에는 삼산면 신흥리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임영숙(62)씨를 소개한다.
삼산면 신흥리에서 전통방식대로 장을 만드는 임영숙씨는 주변에 손맛 좋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임영숙씨는 남편 김재풍씨와 함께 손두부, 한과로 이름나 있다.
외가 대대로 내려오는 손맛이 있는 집안으로 외할머니와 광주 송정이 고향인 친정어머니 조순자(84)씨의 손맛을 물려받았다. 40년 넘게 장을 만들고 있지만 지금도 어머니의 손맛은 따라가지 못한단다. 임씨는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부지런함으로 늘 성실하게 일을 한다.
임영숙씨는 전통방식 그대로 장을 담그며 12월에 메주를 만든다. 두부를 만들기 때문에 콩 농사를 짓는데, 직접 지은 콩으로 된장도 만든다.
콩은 40kg을 삶아 방안에 볏짚을 깔고 띄운다. 10~15일 동안 방에 띄우는데, 하얗게 균이 나오면 밖으로 옮겨 말린다. 메주는 양파망에 짚과 넣어서 하우스에 매달아 두는데, 장을 담그기 전까지 말린다.
임씨는 보통 3월 장을 담근다. 메주에 숯, 대추, 고추, 소금, 물을 넣어서 장을 담그며, 약 15~20일 정도 지나면 장을 가른다. 간장은 안 끓이고 체에 걸러서 씨간장에 붓는다.
장에서 건져둔 메주에는 통고추,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고추씨도 넣어 간장,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항아리에 따독따독 담는다.
임씨는 된장으로 된장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쳐 먹는다. 오리탕이나 해물탕을 끓일 때도 된장을 꼭 넣는다.
집장으로는 고사리, 고춧잎을 무칠 때 쓰고 장아찌를 만들 때 주로 쓴다. 집장에 외간장, 매실, 설탕, 식초, 소금을 넣고 끓여 각종 마늘쫑, 고춧잎, 오이, 고추, 머위대 등에 부어 다양하게 만든다.
임씨의 무짠지도 특별한 비법이 있다. 무를 채 썰어 말리면 진미채처럼 쫄깃해지는데 집장에 절여 한 번 헹궈서 조청과 매실 양념에 무치면 밥도둑이다. 그리 달지 않고 집장의 구수한 향이 나서 별미로 꼽힌다.
고추장을 만들 때도 정성을 쏟는데 직접 만든 집장과 찹쌀조청, 고춧가루, 메주가루, 찹쌀떡 등을 넣어 만든다. 특히 조청은 가마솥에 끓여 만드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임씨는 모든 요리에 설탕, 물엿, 올리고당 대신 조청을 쓴다. 음식 하나에 정성을 담아온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먹고 배워온 경험 때문인지 아들 삼형제도 손맛이 좋은데, 조리학과를 나와 현업에서 일하고 있다. 큰아들 철호씨는 해남세무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둘째 철웅씨와 셋째 철범씨는 중식 포차를 운영하고 있다.
임영숙씨가 만든 장과 김치, 장아찌 등은 삼형제가 운영하는 식당의 밑반찬이 된다. 손님들은 임씨의 손맛을 알아보고 식당에서 늘 맛있게 먹는다며 인사를 받기도 한다.
임씨는 옛날 그대로 여전히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다. 오래 걸려도 제 손으로 만들어 자식과 이웃 주민들에게 나눈다. 그의 집에는 늘 오고 가는 손님이 있고 정이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