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서 즐겨 먹던 음식
고등어된장찜, 매생이구이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하는데 이번 호에는 북평면 와룡리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김옥란(67)씨를 소개한다.
북평면 묵동리가 고향인 김씨는 21살에 와룡으로 시집와 40년 넘게 살았다. 시어머니 계실 때부터 집안 대대로 손맛이 좋기로 소문나 마을 행사 때면 이 집 된장을 꼭 가져다 먹곤 했다. 김옥란씨는 시어머니와 함께 장을 담그다가 2011년부터 직접 전통방식대로 장을 만들어왔다.
김옥란씨는 직접 농사지은 콩을 사용해 11월에 메주를 만든다. 지난해에는 콩 160kg으로 메주를 만들었다. 김씨는 주변에 손맛 좋기로 소문이 나 된장을 만들어 대도시에 메주, 된장, 간장 등을 판매해왔다.
시어머니가 하던 방식으로 그대로 한다. 솥에 콩을 삶아서 손으로 직접 메주를 만들어 방에 띄운다. 이때 직접 농사지은 볏짚을 검불 없이 잘 골라서 바닥에 깔고 메주를 덮어주는데 하얗게 곰팡이가 피도록 한 달간 방에서 발효를 시킨다. 볏짚으로 메주를 엮어 하우스에 걸어 말린다.
옛날에는 시어머니가 대나무를 바닥에 끼워서 메주를 줄줄이 널었는데 비가 오면 비닐을 덮어주고, 날 좋으면 열어서 말리곤 했다. 그만큼 장에 정성을 들였다.
2002년부터 겨울이면 절임배추를 해온 김씨는 한겨울에는 바빠서 장을 담지 못하고, 음력 3월에 장을 담가왔다. 2월은 풍파가 많다고 해서 피해왔다. 음력 3월 중 옛날 어르신들이 하던 방식대로 달력을 보고 말날을 찾아 장을 담근다.
메주에 고추, 숯, 대추, 감초, 소금, 물을 넣어 장을 담그고 30일~40일 이후에 장을 가른다.
간장은 체에 받쳐서 끓이고 씨간장에 햇장을 붓는다. 올해는 씨간장이 많아서 햇장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된장은 건져서 으깨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데, 해가 묵을수록 그 맛이 깊어진다.
김씨는 추억이 담긴 특색있는 장 요리를 종종 해먹는다. 외갓집이 이진마을로 바닷가이다 보니 장을 이용한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김옥란씨가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장 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의 별미는 바로 ‘고등어 된장찜’을 꼽는다. 된장에 마늘, 고추, 파를 섞어 된장 양념을 만들고 생고등어에 양념을 발라 쪄먹는 요리다. 와룡으로 시집와서도 시부모님이 잘 드셔서 종종 요리했으며, 여전히 추억 삼아 즐겨 먹는다.
또 ‘매생이 된장구이’도 외갓집에서 자주 먹었는데, 대나무 김발에 매생이가 붙으면 손으로 쓱 긁어모아 해먹던 음식이다. 매생이를 된장에 주물러서 젓가락에 돌돌 말아 화덕에 구워 먹는다.
한편 김씨는 시집 와서 40여년 동안 마을 부녀회장을 맡으며 봉사도 많이 했다. 특히 손맛이 좋기로 소문나 지역에서 음식으로 많은 봉사를 해왔다. 마을 행사나 반찬 봉사를 할 때면 김씨의 절임공장에 모여 음식 준비를 하며, 여기에 들어가는 된장, 고추장, 간장, 마늘 등 갖은양념을 늘 후원하고 있다.
농사를 크게 지으면서도 이틀에 한 번 꼴로 봉사를 하고 있으니, 농촌에서 늘 바쁘게 지낸다. 현재 새마을부녀회 회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장, 북평면 생활개선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회원들과 반찬 나눔 봉사, 죽 봉사 등을 하고 있다.
김옥란씨는 “처음 30대에 나를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보람도 있고 내가 가진 된장이며 양념, 채소류 들어간 것에 아까운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