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표 깻잎 된장김치
온갖 양념 된장소스 별미
황산면 호동리 임권심(66)씨는 어렸을 때부터 친정어머니의 장 담기를 지켜봤고 시집와선 종가댁 종부였던 시어머니의 장 담기를 지켜보면서 전통장 담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삶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메주를 띄우는데 날씨가 따뜻하면 11월 중순에 띄운다. 메주에 사용하는 콩은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하다 3년 전부터 사위에게서 콩을 가져와 사용한다. 손주를 키우는 바람에 밭농사 대부분을 접었기 때문이다.
콩은 20kg 한 말 정도, 메주가 많이 필요할 때는 두말을 쑨다. 만든 메주는 방에서 한두 달 말리는데 곰팡이가 나오면 짚으로 싸서 배추망에 담아 하우스에서 말린다. 그리고 음력 정월 1월15일~20일 사이에 장을 담근다. 장은 소금과 숯, 고추를 넣어 35~40일 묵히고 이후 메주를 건지고 장은 끓여 씨간장에 붓는다.
황산면 호동마을은 통천최씨 근재공파가 많이 거주한다. 통천최씨는 1850년경 계곡면에서 이 마을로 입주해 왔는데 임권심씨는 이 마을 통천최씨의 종부이다. 따라서 임권심씨 댁에 있는 씨간장은 200년의 역사를 간직한다.
임씨는 날장을 씨간장에 붓는데 씨간장 항아리 밑에 장소금이 쌓이면 3년 간격으로 장을 다른 항아리에 옮긴다. 된장을 만들 때는 메주를 치대서 항아리에 담고 그 위에 반드시 날장을 붓는다. 된장 위에 날장은 방부제 역할도 하고 된장을 촉촉하게 유지하게 한다. 또 마른 다시마로 된장 위를 덮는데 장이 마르지 않게 하는 방법을 최근 동네 아짐에게 배웠단다.
그러나 모든 과정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비법 그대로 따라 한다. 그는 나물과 국 등엔 소금을 잘 쓰지 않는다. 떡국도 집장으로 간을 해야 깊은 맛이 난다고 밝힌 그는 자신의 딸들도 모든 음식에 집장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추장도 옛 전통방식 그대로 담는데 그가 담은 고추장은 찹쌀고추장이다. 설 무렵에 고추장을 담그는데 찰밥에 조금 물을 넣고 메줏가루를 섞어 밥통에 이틀 정도 삭인다. 그리고 큰 통에 옮겨 식힌 후 고춧가루, 간장, 소금, 물엿을 넣고 전통방식 그대로 완성한다.
그는 이번 미남축제 때 깻잎 된장김치를 선보였다, 친정어머니가 자주 해줬던 반찬인데 된장에 양파, 통깨, 고춧가루, 참기름 등 양념으로 무친 친정엄마표 깻잎 반찬이다. 여기에 사과와 배를 넣어 자신만의 깻잎된장 반찬을 완성했다.
그는 현대에 이르러 갖가지 소스가 등장해 입맛을 잡지만 이중 된장소스를 으뜸으로 친다. 고추장에 매실액, 식초 약간, 참기름 등으로 만든 된장소스는 어느 채소에 곁들여도 제맛을 낸다는 그는 전통방식의 대갱이 무침에도 대단한 솜씨를 자랑한다.
어릴 때 친정 오빠는 대바구니 가득 대갱이를 잡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온 식구들이 모여 손질한 대갱이를 빨랫줄에 말리고 아궁이에서 부드럽게 구워낸 후 방망이로 두드려 먹기 좋게 찢곤 했다. 여기에 친정엄마는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 등 양념으로 대갱이 반찬을 내놓았는데 워낙 별미여서 지금도 해서 먹는다. 그는 대갱이도 짱뚱어탕처럼 호박, 시래기, 된장 등을 넣어 탕을 끓이면 또 다른 별미라고 말한다.
그의 친정엄마는 마을의 대표 요리사였다. 마을에 결혼식이 있을 때면 마을의 최고 요리사가 맡았던 신랑신부의 음식상을 도맡았다. 그는 그러한 친정어머니 밑에서 6남2녀 중 7번째 막내딸로 태어났다. 친정엄마는 40대 때 낳은 임권심씨를 귀하게 여겨 시집보낼 때까지 데리고 살았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22살까지 어깨너머로 친정엄마의 장 담그는 법, 된장 및 고추장 담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황산면 남리에서 자란 임권심씨는 22살 때 중매로 황산 호동으로 시집을 오게 됐다. 호동마을 통천최씨 종가댁 큰 며느리, 걱정이 된 친정아버지는 결혼하기 전 딸에게 제사상 놓는 법을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