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면 김형태·이미나 부부
각자 하우스서 취미생활
황산면 우항리에는 지나가던 이들이 문득 발길을 멈추는 풍경이 있다.
황산종합설비 건물 주변으로 아름다운 나무들이 눈에 띈다. 이른 봄바람에 흔들리는 목향장미 사이로 누군가의 정성과 손길이 오롯이 느껴진다.
30년 넘게 설비업에 종사해온 김형태(63)·이미나(55) 부부가 수년간 가꿔온 이 정원은 실로 아름답다. 야외 정원은 가꾼 지 5년, 두 동의 하우스는 3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맞아왔다.
먼저 마당에는 수십 종의 나무와 꽃이 부부의 손에 거쳐 자라고 있다.
입구에는 노란 목향장미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크리스마스 로즈, 미스김 라일락, 철쭉, 배롱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미나씨는 백과사전처럼 이 많은 나무와 꽃의 이름을 모두 외운다. 이름뿐만 아니라 꽃이 피는 시기와 성질, 어디서 가져와 어떻게 삽목을 했고 어떻게 접을 붙였는지까지 정확히 꿰고 있다.
동백과 야생화 협회에 소속된 부부는 회원들과 교류하며 모든 식물을 나누거나 번식해 키운다.
부부는 정원에 없는 낯선 식물이 있으면, 한 가지를 얹어와 접목과 삽목해 직접 번식을 해왔다. 죽어가던 화분, 삽목하기 어렵다는 품종도 희한하게 부부의 정원에서는 생기를 되찾고 부부의 손을 거쳐 하나둘 살아났다.
김형태씨는 “우리 정원의 식물들이 건강한 것은 빗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빗물에 영양이 많다고 하는데, 비가 오면 우리 부부는 물을 받느라 밤에도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모든 나무에 물을 주려면 1.5톤이 들기 때문에, 물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오로지 빗물을 이용한다. 하우스를 따라 흘러내린 빗물을 여러 개의 통에 모아 사용하고 있다.
또 모든 정원에 농약을 쓰지 않는다. 잡초도 손으로 뽑고, 시든 가지 하나 자를 때에도 몸을 숙여 조심스럽게 다듬는다.
두 동의 하우스에서는 부부의 각자 취미생활이 펼쳐진다. 먼저 남편 김형태씨는 자신의 하우스에서 나무에 무늬종을 접붙이거나, 특별한 모양의 분재를 만든다. 또 다양한 나무를 삽목해 키워 화분을 만드는 것이 그의 취미다.
옆 동 하우스에서는 아내 이미나씨의 취미가 펼쳐진다. 아내는 작고 귀여운 다육이를 좋아한다. 이곳에서 다육이를 기르고, 작은 꽃을 피우는 야생화들이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특히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갖게 된 이씨는 화분과 돌, 소품에 그림과 캘리그라피 작품을 그려 넣고 있다. 그의 정원에는 사계절 꽃이 피고, 따뜻한 글귀가 사람들을 위로한다.
부부의 정원에는 지나는 이들이 구경을 하고, 꽃 이름을 묻는 일이 많다. 그 수가 하도 많아서 아내는 손수 나무 이름표를 적어 놓았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다. 이 정원을 가꾸며 한 번도 힘들거나, 괴로운 적은 없었다. 나무와 꽃을 바라보고, 가꾼다는 것은 부부에게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어떤 나무는 뿌리내리는 데 수년이 걸리고, 어떤 꽃은 한 해를 지나야 비로소 피어나는 것처럼 부부는 정성을 쏟으며 자연의 이치를 기다린다.
황산면 작은 마당에서 시작된 이 정원은, 이제 주변 이웃은 물론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끄는 하나의 공간이 됐다.
주소 : 황산면 명량로 163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