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문내면 임하도 ‘이마도 작업실’
‘이마도 작업실’에 몰려드는 국내외 작가들
임하도 담은 작품은, 해남 자연의 기록물
일본 나오시마 섬은 예술의 섬으로 특화시켜 전 세계인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러한 나오시마 섬을 모티브로 한 예술의 섬들이 한국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신안군과 제주도 가파도 청보리 섬이다. 이들 섬들은 섬을 색으로 이미지화시키며 예술이 숨 쉬는 섬으로 특화시키고 있다.
관광산업이란 시설보단 문화와 인문영역이 결합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해남에도 이와 비슷한 섬이 있다. 문내면 임하도이다. 다만 임하도는 섬을 특정 색으로 이미지화하는 것보단 섬 자체를 작가들의 창작공간, 영감을 주는 뮤즈의 섬이라는 이미지를 강하시키고 있다.
영감의 섬 임하도는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이 2014년 이승미 대표이사를 영입한 후 이곳에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작가들의 창작공간은 해남종합병원이 직원 수련원으로 사용했던 폐교 건물이다. 해남종합병원 김동국 원장은 2014년 행촌문화재단을 설립한 후 이곳 수련원을 작가들의 창작공간인 이마도작업실로 꾸몄다. 작가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만든 레시던시이다.
이마도 레시던시에는 매년 숱한 작가들이 찾아와 작업을 진행하는데 작가들은 섬 자체가 영감을 주는 창작공간이자 에너지를 재충전시켜 주는 공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곳에 머문 작가들은 임하도 호박 시리즈를 비롯해 임하도 노을과 바닷가 풍경 등 임하도의 모든 속살을 작품으로 토해내고 있다. 그러한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임하도를 미술창작공간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마도 레시던시에는 우용민 하성흡 박성우 한홍수 이종구 김억 박방영 신재돈 서용선 그리고 호주 및 필리핀, 태국, 오스트리아 작가들, 11년간 80명 이상의 작가들이 머물렀다. 적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을 이마도 레시던시에 입주해 해남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남도의 낙조와 오솔길을 따라 길게 뻗은 해송, 작은 해변이 주는 안락함은 임하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었다. 외국 작가들은 이색적인 어촌마을과 바닷가 풍경에 반하고 갖가지 농작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빛깔은 모든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이곳에서 나온 임하도의 작품만 수백여 점. 마을 어귀 낮잠 자는 고양이와 밭농사에 한창인 아낙들, 배롱나무와 동백꽃,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 섬들의 풍경, 올망졸망 자리한 집들과 이름 모를 잡초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파꽃과 무꽃도 작품에 담겼다. 이마도작업실이 생기면서 임하도 섬은 예술의 공간으로 변모했다.또 이마도 작업실로 인해 남도의 문화인 수묵도 세계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행촌문화재단은 2017년 전남국제수묵프레비엔날레를 기점으로 남도수묵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중심은 ‘이마도 창작공간’이다. 현재 행촌문화재단과 교류 중인 해외작가들은 태국, 일본, 호주,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국적자들인데 이들은 이마도 창작공간에서 수묵을 접했다.
이마도 창작공간과 인연을 맺은 국내 작가들의 해외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다. 우용민, 이지연 작가는 2023년 1~2월 호주 멜버른 Sol갤러리 초청으로 수묵 전시회를 열었고 이지연 작가는 2024년 1월 태국 왕립대학인 RMATT대학 초빙교수로 학생들에게 수묵실기와 이론을 강의했다. 김은숙, 정소영, 우용민, 박태준 작가는 같은해 7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그에서 초대전시, 10월에는 호주 멜버른 Sol갤러리에서 박치호 작가 초대전이 열렸다. 이러한 가운데 해남종합병원 내 행촌미술관에선 ‘수묵 한국_태국 교류전 수묵인연’ 전이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열렸다. 이들은 2025년 제3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이다.
전국 작가들 내에서 임하도의 가치가 알려지자 행촌문화재단은 작가 창작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이곳은 숱한 작가들이 일주일 내지 몇 달을 머물며 임하도를 그린다. 그리고 그들이 작업한 그림은 정례적으로 해남종합병원 내에 있는 행촌미술관과 해남읍 학동에 위치한 수윤미술관에 전시된다.
이마도 작업실과 인연을 맺은 작가들은 임하도 섬을 ‘낭만적인 유배지’라고 말한다. 예술가들에 있어 고립의 시간은 단지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창작의 영감이 증폭되고 또 오롯이 자신과 캔버스만 마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임하도는 예술의 섬으로 국내외 작가들에게 인기가 높고 입주 문의도 끊이지 않는 다. 또 최근 들어 가장 다양하고 많은 국내외 작가들이 머문 공간이기도 하다. 과거엔 동네 허름한 여관에서 예술가들이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 그들이 있어 남도 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임하도는 과거의 예술가들이 머물던 여관과 같은 예술가들의 집합소가 됐다. 임하도에는 예술가들의 땀과 정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됐다. 또 밀물이 밀려오듯 자연스럽게 예술가와 주민들이 교류하지만 서로의 경계를 지키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다. 화려하지도 않고 또 억지로 예술가의 섬임을 강조 하지도 않는 임하도. 그래서 더 특별하게 고립된 예술공간이기도 하다.
행촌문화재단 이승미 대표이사는 “전국에는 수많은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작업실이 많지만 임하도처럼 남도를 경험하기 적합한 곳은 드물다”며 “이마도 작업실을 통해 작가들이 해남의 들녘과 풍광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 이를 통해 남도의 미술, 지역 정서가 담긴 미술을 탄생시키는 것이 이마도 작업실이 문을 연 배경이다”고 밝혔다.
또 이마도 작업실은 故행촌 김제현 선생이 대흥사 유성여관에 머문 숱한 예술인들을 지원했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성, 조아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